I Think So2010. 8. 30. 10:54

하루하루가 너무 길었다.
내 신세가 왜이러나... 어디까지 내 마음을 다스려야하나...
울다지쳐 잠들었는데 금방 또 긴 하루가 시작됐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가 또 맑아졌다.
머릿속에 파리 한 마리가 왱왱거리는 듯 했는데 이내 사라졌다.
사람들 소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
한국말인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살았다.

사람들은 내가 다이어트 때문에 힘든거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 다이어트가 필요하긴 하다.

그렇게 일주일을 살고보니
남친이고 여친이고 가족이고 친척이고
아무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기서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사는가...
가만히 있자니 눈물이 나고
밝은 척 하자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묵묵히 일하자니 손가락이 내 맘대로 따라주지도 않고

무언가 깨부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늘 생각하지만 어디서부터인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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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So2010. 7. 23. 19:54

미국에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10년 전 돌아가신 엄마의 영문 사망진단서가 한 부 필요하다고 했다.
뭔지 모르게 촉이 세워졌다.
왜냐고 물었다.
이미그레이션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촉박하다고도 했다.

다음날 아산병원에 전화를 해서 사망진단서 떼는 절차를 묻고 예약을 잡았다.
사망진단서의 재발급은 3년까지
환자의 의무기록 보관기간은 10년까지
..... 10년이라..

10년하고도 2개월 12일이 흐른 시점인데, 발급이 가능할까?
다행히 기록이 보관돼 있었다.

난 어느샌가 엄마의 생일도 잊고 있었다.
이상했다. 내가 아는 엄마의 생신은 음력 12월인데, 주민번호 상으로는 9월이었다.. 음력이라고 해도 너무 많은 차이가 난다...

다시 이튿날 일찌감치 출근해 출근확인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난 아픈 사람도 아니고, 아픈 사람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니라는 걸 누군가에게 자꾸 보여주려고 하고 있었다.

동관 뒤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동관으로 들어가는 그 길은 마치 블랙홀같았다.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 병원냄새가 안아픈 사람도 아프게 만들것만 같은 곳.
간호사든 의사든 10년전처럼 나한테 그렇게만 대해봐라...... 난 10년 전 내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며 잔뜩 긴장한 채로 접수를 마쳤다.

뜻밖으로 간호사는 상당히 친절했으며 거만하던 의사들이 가득했던 종양내과의 그 의사조차 굉장히 친절했다.
그런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권위의식따윈 버린 것 같은 모습이...
그리고 어떻게 작성하는 거다.. 라고 보여주는 그 모습이 낯설고 친절하고 그래서 적응이 안되고 경직된 채 문서를 받아들고 나왔다.

병원 내 우체국에서 미국으로 발송을 마치고 미국으로 전화를 했다.
돈만 있으면 참 뭐든 쉽다.

보냈어요... 빠르면 24일에 도착한대요.

아부지도 아부지의 인생을 사셔야 하고,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그 모습이 싫었다.
자식인 내가 싫어할 것이라 생각하신걸까.
아니면 적당히 눈치채고 준비할 시간을 주신걸까.
나이 드시고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서 그래도 큰딸이라고 기대주시는 모습이 약간은 좋았나보다.
다시 또... 강한 사람처럼 보이려 하시니... 난 그게 안타까운걸까... 아니면...?

종잡을 수 없이 마음만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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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쓰는 이야기2010. 3. 22. 10:46


손이 얼었다.
한시간여를 걸었다.

처음엔 어린이대공원 근처 커피숍 혹은 대공원 내 해가 잘 드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생각이었다. 누군가가 심심하면 연락하라고 했지만, 혼자인 상황을 즐기고 싶었다. 대공원 앞에 체인 커피숍은 있었지만, 해가 들지 않았다. 해가 들던 곳은 아이스크림집 뿐...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던 오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조금 춥지만, 예전에 살던 동네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내 유년시절, 정확히 사춘기 시절의 기억이 모조리 녹아있는 그 곳.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장 많은 기억을 가진 그 곳.
돌아가시기 전까지 엄마가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던 이웃 아주머니가 계시던 내가 살던 그 곳.

변했을거라 예상은 했다.
변하지 않는 곳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을까?
그것도 무려 11년 전 떠나온 곳이며 10년 전쯤 잠시 지나가게 되었던 곳이다.

길은 참 추웠다.
5시가 넘어가면서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구의사거리를 지나 명성여중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면서 동네가 참 많이 바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정이네 책방도 이젠 없어진 것 같았다. 해정이 동생은 이제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드니 세월이 빠르단 말이 그제서야 실감이 난다. 그 시절 많이 좋아했던 친구들도 생각났다. 아직 이 곳에 살까?

명성여중 후문 골목은 달라진 것도 없어보였는데, 무척 낯설었다.

전진슈퍼와 문구점, 중국집, 비디오가게가 마주보던 이차던 도로가 보일 때,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전진슈퍼가 그대로였다. 슈퍼 옆 세탁소도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자주 이용하던 허름한 문구점은 이제 없었다. 새로 지어져서 밝게 반짝반짝 빛나는 그곳엔 문구점 대신 수입의류 매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중국집은 허물어졌고, 비디오가게는 모텔로 바뀌어 있었다. 숙박의 대한민국, 주택가 깊숙히 들어간 모텔들을 저주한다.

우리집은 전진슈퍼 옆 골목을 쭉 올라간 언덕 꼭대기였다. 15년 전에는 그 골목이 참 가파르고 높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완만한 경사의 길일 뿐이라고 느껴졌다. 내 키는 고작 5cm가 더 큰 것일 뿐인데, 내가 사물을 보는 마음이 참 많이 달라졌구나.

그 길에서 난 처음으로 코피를 흘린 기억이 난다. 콧물처럼 쭉 흐르던 그것을 콧물로 착각해 교복소매가 살짝 나온 손으로 스윽 닦아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자꾸 그 언덕에 올라간 이후의 글을 쓰기가 싫어진다.

난 언덕을 올라갔다. 왼쪽의 놀이터는 아직 형체를 유지한 것 같았다.

내가 살던 그곳은...
낯선 모습이었다.

향나무 세그루와 자동차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던 마당이 있던 3층짜리 빨간 벽돌집은 어디갔을까.

하늘애 아파트

예전 우리집을 포함해 엄마가 형님이라고 부르던 그 아주머니 댁도 포함해 총 4채를 허물고 지어진 아파트의 분양 플랭카드가 펄럭이고 있었다.

아파트 신드롬의 공사중인 대한민국을 모텔 대한민국에 이어 난 또 한번 저주한다.

나도 안다.
예전 살던 그 집의 구조로는 주차도 힘들고 여러가지 시설이 노후했다는 것을.
그리고 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무려 20년이나 된 건물이었단 것을 나도 안다.
건물주는 새 집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 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내 존재 자체의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내 추억은 이제 새로고침이 되어 빨간 3층 별돌을 밀어내고 새 아파트가 그 자리에 있다고 허락도 없이 새 정보를 덮어 씌우려 하고 있다.

나도 안다.
난 과거로 여행을 간 것이 아닌 현재를 찾아 온 것이라는 걸.

근데, 그 순간 먹먹하고 눈물이 나는 건, 내가 무슨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단지 바람이 좀 불었기 때문일까...

내 추억 더듬기는 거기에서 끝나버렸다.
예정대로라면 빨간 별돌집의 건재함을 인지한 후 교회도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골목을 돌아 빵가게와 책방이 있는지도 확인해야했는데, 거기서 부셔져버렸다. 더이상 빵가게와 책방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멍 할 뿐이었다.

과거를 그대로 두기 힘든 이 곳.
대한민국 서울 2010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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